돈과 행복2
: 행복의 유형과 소득의 다이나믹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지금까지 여러 사람들이 이 질문의 답을 고민해왔다. 어떤 사람은 “돈이 행복의 전부다(물질주의적 관점)”라는 답을 제시하기도 했고, 다른 사람은 “돈은 행복에 아무 것도 아니며, 행복은 마음먹기 달렸다(심리주의적 관점)의 답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모’아니면 ‘도’, ‘그렇다’아니면 ‘아니다’라는 명쾌한 답은 언제나 부정확하기 마련이며, 진짜 정답은 보통 이 둘 사람의 어디 쯤에 위치하기 마련이다.
Kahneman과 Deaton(2010)은 완전한 물질주의와 완전한 심리주의 사이의 어디쯤에 있는 돈과 행복의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이 균형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사실 이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심리주의와 물질주의의 균형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Kahneman은 심리학자로서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에서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연구해온 학자이고(심리주의), 반면 Deaton은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에서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연구해온 학자이다(물질주의). 이렇게 각기 다른 영역을 강조해온 두 사람이 보여줄 결과가 어떨지 매우 궁금하다.
연구를 위해 갤럽의 웰빙지수 조사자료 중, 미국에 거주하는 45만명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자료에는 미국 거주자들의 소득 수준, 긍정 정서, 부정 정서, 삶의 만족도, 건강 상태, 연령, 성별, 학력, 종교 등 다양한 요인들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다른 요인들을 통제했을 때 나타나는 소득 수준, 긍정 정서(어제 즐거웠습니까?), 우울(어제 우울했습니까?), 스트레스(어제 스트레스 받았습니까?), 삶의 만족도(최상의 삶은 10점으로 최악의 삶은 0점으로)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그림 1. 소득과 긍정 정서(positive affect), 우울하지 않음(not blue), 스트레스 없음(stress free), 그리고 삶의 만족도(ladder) 사이의 관계. X축은 소득의 증가를 보여주고, 좌측 Y축은 어제 즐거웠는가?(긍정 정서)에 대한 ‘네’ 반응, 어제 우울했는가?(우울하지 않음)에 대한 ‘아니오’ 반응, 어제 스트레스 받았는가?(스트레스 없음)에 대한 ‘아니오’ 반응 비율을 보여준다. 우측 Y축은 0-10점 사이로 측정한 삶의 만족도(ladder) 평균을 보여준다.
그림-1은 이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다. 먼저 연간 소득(X축, Annual income)과 긍정정서(Y축, positive affect)의 관계를 살펴보면, 소득이 증가할수록 긍정정서를 경험했다고 응답하는 사람의 비율이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연소득 4만 달러(4천만 원) 수준부터 그 효과가 감소(체감)하지만, 4만 달러가 되기 전까지는 소득이 증가와 긍정 정서 느끼는 비율 증가가 거의 선형적이다. 즉 긍정 정서의 측면에서 보면 연소득 4만 달러(4천만 원) 수준까지는 소득의 행복 증진효과가 상당히 크지만, 연소득이 4만 달러를 넘어서면 소득의 행복 증진효과가 감소한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다음으로 연간 소득과 우울하지 않음(Y축, not blue)의 관계를 살펴보면, 소득이 증가할수록 우울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다. 긍정 정서와 마찬가지로 연소득 4만 달러를 기점으로 그 효과 감소하지만, 4만 달러가 되기 전까지는 소득이 증가할수록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증가하는 비율이 거의 선형적이다. 결과적으로 우울하지 않음의 측면에서 보면 연소득 4만 달러(4천만 원) 수준까지는 소득의 부정 정서 감소 효과가 상당히 크지만, 연소득이 4만 달러를 넘어서면 소득의 부정 정서 감소효과가 줄어든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부정 정서의 또 다른 측면인 스트레스 없음(Y축, stress free)과 연간 소득의 관계를 살펴보면, 소득이 증가할수록 스트레스를 경험하지 않는다고 응답하는 사람의 비율이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긍정 정서, 우울하지 않음과 마찬가지로 연 소득 4만 달러가 되기 전 까지는 거의 선형적으로 증가하다고, 차츰 소득의 효과가 감소한다. 따라서 스트레스 없음의 측면에서 보면 연소득 4만 달러(4천만 원) 수준까지는 소득의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상당히 크지만, 연소득이 4만 달러를 넘어서면 소득의 스트레스 감소효과가 줄어든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긍정 정서, 우울하지 않음, 그리고 스트레스 없음은 ‘감정적 행복’(emotional happiness)에 해당하는 것으로 순간순간의 경험이 얼마나 즐거웠는지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행복은 이렇게 순간순간의 경험으로만 평가되지 않으며, 때로는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 전체가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혹은 ‘최근 몇 해가 그 이전과 비교할 때 얼마나 만족스러운지’를 평가하는 것도 행복을 평가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렇게 삶에 대한 총체적 평가는 감정적 행복이라기보다는 ‘인지적 행복’(cognitive happiness)에 가깝다.
이것을 모르지 않았던, Kahneman과 Deaton(2010)은 삶의 만족도(사다리 척도, ladder)를 중요한 요인으로 사용하였고, 연소득 수준과 삶의 만족도가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분석하였다. 그림-1의 사다리(ladder)는 바로 이렇게 측정한 삶의 만족도(0: 최악의 삶, 10: 최상의 삶) 평균과 소득의 관계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 삶의 만족도라는 인지적 행복은 소득이 증가할수록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성을 보여준다.
아울러 감정적 행복이 연소득 4만 달러 수준에서 체감하는 경향성을 보인 것과 다르게, 연소득 4만 달러 수준에서 체감하지 경향을 보이지 않고, 계속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물론 연소득 8만 달러 수준에서 기울기가 살짝 감소하지만, 감정적 행복이 급격한 기울 저하를 보이던 것과 다르게 완만한 감소를 보이면서, 사실상 소득이 증가할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는 계속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정리하면 삶에 대한 총체적 평가(삶의 만족도)라는 인지적 행복은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계속 증가한다.
이 연구는 소득과 행복의 관계를 감정적 행복과 인지적 행복으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또한 소득이 감정적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체감하는 지점(연소득 4만 달러)을 대략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아울러 소득이 감정적 행복에 미치는 효과는 연소득 4만 달러를 기준으로 감소하지만, 삶의 만족도라는 인지적 행복에 미치는 효과는 소득 증가에 따라 계속 증가함을 확인했다는 측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결과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연구에서는 연소득 4만 달러)이 객관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인간의 기본 욕구 충족에 중요함을 보여준다. 소득 증가에 따른 전반적 삶의 만족도 증가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은 객관적 삶의 질 유지와 기본 욕구충족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확보했다고 해서 즐거운 일이 많아진다거나, 우울한 일이 줄어든다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돈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감정적 행복은 심리-사회적 자원들을 통해 보충해야 더 즐겁고, 더 우울하지 않으며, 스트레스도 적게 받을 수 있다.
소득이 인지적 행복에 미치는 효과는 크다.
그러나 감정적 행복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더 알고 싶다면,
Kahneman, D., & Deaton, A. (2010). High income improves evaluation of life but not emotional well-being.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7(38), 16489-16493.
https://doi.org/10.1073/pnas.1011492107
Classic Study Se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