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불안해 vs. 흥미진진해
그림 1.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죽기보다 싫은 일’이다.
당신에게 죽기보다 싫은 일의 순위를 정해보라고 하면 무엇을 1위로 두겠는가? 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기보다 싫어하는 일’(The thing we fear more than death)은 남들 앞에서 연설하는 것(public speaking)으로 나타났다(Croston, 2012). 그러나 인생을 살다보면 이렇게 죽기보다 싫은 일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때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 이렇게 죽기보다 싫어하는 일은 갑작스럽게 하게 되기 마련인데, 예측 가능하게 ‘죽기보다 싫은 일’은 미리 미리 피했지만, 예측 불가능했던 일이 갑자기 닥치기 때문에 그렇다. 그럼 이렇게 갑자기 닥치기 마련인 ‘죽기보다 싫은 일’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침착하자! 침착하자!’고 주문을 외우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차라리 ‘이 상황 정말 흥미진진한데! 신난다!’라고 규정하고 당당히 맞서는 것이 좋을까?
이것이 궁금했던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앨리슨 우드 브룩스(Alison Wood Brooks) 교수는 140명의 학생들에게 준비시간 2분을 주고 갑작스럽게 연설을 하게 하는 상황에 놓이게 하였다(Brooks, 2014). 연설의 주제는 “여러 사람과 한 팀을 이루어 협업을 해야 할 때 자신이 훌륭한 협력자인 이유에 대해 설득력 있게 설명하라”는 것이었다.
준비 시간이 2분밖에 없었던 학생들은 불안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리고 이렇게 불안해하는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구분하는 조작이 이루어졌다. 브룩스 교수는 무작위로 선정한 절반의 집단에게는 ‘나는 평안하다(I am calm)’라고 소리 내어 말하게 한 후, 연설에 임하게 하였고, 나머지 절반은 ‘나는 흥미진진하다(I am excited)’를 소리 내어 말하게 한 후 연설에 임하게 하였다.
그림 2. Brooks(2014)의 대중 연설 실험 결과를 보여준다.
모든 학생의 연설 장면은 비디오로 녹화되었고, 이러한 조작을 알지 못하는 3명의 평가자를 통해 각 사람의 연설을 평가하였다. 평가 항목은 설득력, 유창성, 자신감, 논리의 일관성이었다. 이와 별도로 참가자의 연설시간을 중요한 지표중 하나로 측정하였다. 그림-2는 이 실험의 결과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 상황을 ‘흥미진진’하다고 귀인한 사람들이 ‘평안’하다고 귀인한 사람들 보다, 설득력, 유창성, 자신감, 논리의 일관성이라는 모든 측면에서 뛰어났고, 발표시간도 길었다.
실험 후의 추가적인 설문에서 상황을 흥미진진하다고 규정한 사람은 과제가 실제로 흥미진진했다고 답변했던 반면, 평안하다고 규정했던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브룩스 교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 가지 실험을 더 수행하였다. 실험에 참가한 97명의 학생들은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죽기보다 싫은 상황’에 놓였다. 그것도 무반주로 말이다. 참가자들이 불러야 하는 곡명은 1980년대 록밴드 저니(Journey)의 “Don’s Stop Believin’(믿음을 버리지 말아요)이었고, 참가자가 얼마나 노래를 잘 불렀는지는 닌텐도 Wii 게임기의 ‘Karaoke Revolution Program’으로 0~100점 사이에서 평가되었다. 그림-3은 실험의 장면을 보여준다.